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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말(馬),말(末)

잘 되고 있어 2016. 10. 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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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말(末)년을 바라보는 말(馬)띠 생에게 살아오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말(言)이다. 나는 임오년(壬午年) 말(馬)띠 생이다. 나는 지난 세월 주인을 태우고 다니며 약간 바보처럼 충실히 일하면서 말없이 살아온 착한 말(馬)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어느 책에서 읽은 글이다. “만약 사람의 가치가 그가 하는 일에 의하여 결정된다면 말(馬)은 어떤 사람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 말(馬)은 일도 잘하며 무엇보다 잔소리하는 법이 없다.” 그래 나는 잔소리(말言)도 못하는 늙은 말(末)년의 말(馬)이다.

 

 

그동안 제법 자제(自制)하면서 살아왔고 말(言)도 잘 못하던 늙은 말(馬)이 동창들의 모임이나 가족 친지들과의 모임 시 술이 한두 잔 들어가 기분이 좋아지면 약간 방심(放心)하여 안할 말 못할 말을 뱉어 버려 집에 돌아와 후회할 때가 많다. 어떤 때는 무심코 뱉은 한마디가 계속 나를 옥죄고 나를 괴롭힐 때도 있다

 

 

“손자 자랑하려면 돈 내놓고 하라”는 말은 이미 고전(古典)이 되었고 한 친구가 ‘내 손자 반에서 일등 했다’고 자랑하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친구가 ‘내 손녀는 전교에서 일등 했다.’는 말로 기를 죽였다”고 자랑 함부로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돈, 명예, 건강은 자랑할 만한 것이지만 자랑하는 말(言)을 하고 나면 꼭 그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내 건강이 괜찮다”는 한 친구의 자랑에 “ 너 ㆍ알지? K가 어제까지 건강하다고 자랑하더니 며칠 전 갑자기 뇌출혈로 죽었다.”는 다른 친구의 반격(?)이 돌아온다. 수년전 군인 대령으로 제대한 한 친구와 정릉 계곡에서 즐겁게 지난 일을 이야기 하다가 그 친구가 “야! 너는 의사라서 노후 걱정을 안 해도 되겠지만 나도 연금이 월 2-3백만 원 받으니 괜찮아. 다음에는 내가 한턱낼게” 이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옆에 혼자 앉아 소주를 안주도 없이 홀짝 홀짝 마시고 있던 알지도 못하는 50대 정도의 한 젊은이가 “니들이나 잘 먹고 잘살아라!”하고 화를 내며 한대 칠 기세를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디론지 가벼렸다. 아마도 그는 조기 퇴직한 사람일지도 모르겠고 노숙자일수도 있다.

 

 

나도 그동안 병원에서 열심히 넣은 노령 연금이 나오는 날 등산을 하다 무심코 친구에게 “나도 연금을 월 6-7십만원 받는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다가 “야! 너같이 괜찮게 사는 친구에게 왜 나라에서 연금을 줘? 우리 같은 어려운 사람은 연금도 없는데!”하며 나라를 향해 원망하는 친구에게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어 집에 돌아와 혼자서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다. “내일 모 골프장에 라운딩 하러간다” 는 한 친구 말에 무심코 “그 골프장 우리 친적 H회장이 만든 것이야!”하다가 “우리가 그 골프장에 공치러가는 것과 네 친척이 그 골프장 회장인 것과 무슨 관계가 있어? 라운딩 피 디스카운트라도 해줄 거야?”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서 말을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니다. 그래 그 말이 맞다, ‘내 손자가 일등 했다.’면 듣는 상대는 배만 아프지 그에게 좋은 것이 무엇이 있는가? ‘내가 건강하다.’고 하면 그는 속으로 “지금 나는 병원 다니며 고생을 하고 있는데 늙어서 건강자랑이야! 네놈도 교통사고나 당해봐라!” 할 것이다. 자랑도 죄이니라. 친척 골프장이라고 활인도 해주지 않으면서 자랑은 왜해? 그래 맞아! 앞으로는 말조심해야지. 특히 취중에는 말을 삼가야겠다.

 

 

                <아 말년에 말조심해라!>

 

 

그러나 최근 가끔 마구간에서 뛰쳐나와 넓은 초원을 마음껏 발 가는 대로 달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그래서 ‘고삐 없는 말’을 동경하면서 졸 시를 쓴 적도 있다. 그러나 이미 내 나이 칠십 중반이라 그럴 용기도 없고 그럴 환경도 못되고 몸도 말을 듣질 안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늙어서 말실수를 줄이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고심(苦心)하다 우선 말(言)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 책 저책 뒤져보았다. 이젠 눈도 나빠 책도 오래 보지 못하고 기억력도 줄어들어 보고 바로 메모해야 한다. 먼저 성경과 속담이 들어있는 책에서 말(言)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말(言)에 대한 중요성은 깨달았지만 말에 대해서 이렇게도 많은 성경구절과 각 나라의 속담이 많았는지 미처 몰랐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몇 구절을 메모해 보았다

 

 

신약 요한복음 1장 1절에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라고 하나님의 말씀을 절대시하고 있다. 그리고 구약 잠언18절 7장에는 “미련한 자의 입은 그의 멸망이 되고 그 입술은 그의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라고 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즉 좋은 말씀은 생명과 같고 나쁜 말은 멸망과 같다고 성경에서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말(言)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면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말(言)만 잘하면 천량 빚도 갚는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라는 우리나라속담과 “좋은 말 한마디가 나쁜 책 한권보다 낫다.”영국 속담, “친절한 말은 봄의 햇빛처럼 따사롭다.”라는 러시아의 속담에서 좋은 말(言)의 가치를 말해준다.

 

 

반대로 말(言)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면 “말(言)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우리나라 속담과 “질이 좋지 않은 혀는 질이 좋지 않은 손보다 나쁘다.”는 유태인의 속담과 “독설만큼 진한 독은 없다.”는 영국속담에서 나쁜 말의 해악을 말해준다.

 

 

그리고 말(言)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 “말(言)은 꿀벌과 같아서 꿀과 침을 가졌다.” 는 스위스의 속담과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중국 속담을 찾을 수가 있었다.

 

 

이젠 인생의 말년(末年)이 곧 밀어 닥칠 것이다. 아니 많은 동창들이 이미 하늘나라로 간 것을 보면 지금이 이미 인생의 말년(末年)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노망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아도 점차 몸과 성품들이 메말라 목소리도 까칠하게 나오고 화도 잘 내게 된다. 인내력도 부족해서 참지를 못하고 노인이란 열등의식은 심해져 이해력은 더욱 줄어든다.

 

그리고 오랜 인생을 살아오면서 생긴 각자 나름대로의 고집은 더욱 드세어져 남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를 않고 지적하기 바쁘다. 책이나 많은 매스컴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지 수없이 많은 글들이 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살지 자문해보면 별 뾰쪽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은 있어도 행동은 더욱 따라오질 못한다. 입을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방정맞은 말을 내뱉고 만다.

 

 

내일 떠날지 삼십년을 더 살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제일 좋고 간단한 방법은 주님이 시키는 대로 ,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다 천국도 만원이라 내가 들어갈 곳이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이 부르시면 ‘얼씨구 좋다’하고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친구 친지들과의 만남에서도 지금의 처지가 비교적 좋다고 내색하지 말고 특히 건강이나 제력이나 자식 손자들 자랑은 피하는 것이 좋고 어려운 이웃을 만나면 말로서가 아니고 마음속으로 위로하고 내가 도움이 될 방도는 없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나의 말(言), 말(馬), 말(末)에 대한 자신에게 주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좋은 말(言)은 돈보다 가치가 있다. 좋은 말(言)을 하기 위해서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돈을 함부로 낭비하지 말고 아껴 모아서 정말 값진 좋은 물건(말)을 비싸게 사자.

 

2) 사실을 말한다고 다 옳은 말이 아니다. 옳은 말은 상대편이 흐뭇하게 받아드리는 상대편을 미소 짓게 하는 말이다.

 

 

3) 나의 자랑은 상대편을 불만스럽고 불쾌하게 한다. 나의 자랑은 삼가고 상대편의 입장에서 상대편을 칭찬하고 상대편을 위로하는 말을 하자.

 

 

4) 가능한 한 말수를 줄이고 적당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으면 빙그레 미소를 짓고 상대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옳소! 옳소!” 하며 상대편에게 따스한 눈길을 주자.

 

 

5) 말로서 상대를 제압하려하지 말자. 말로서 상대편을 제압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승리의 말은 수백 배의 독이 되어 돌아와 나를 해칠 것이다. 차라리 말로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아니 모든 면에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보다 높은 자리도, 승리의 술잔도 젊은이들에게 물려주고

 

나는 아무도 탐내지 않는 오솔길을 걷고 나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꽃나무에 물을 주자 그리고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나의 꿈을 꾸며 단잠을 청하자. 만원인 천국으로 주님이 부르시면 ‘얼씨구 좋다. 제게 줄 천국의 땅이 남아 있습니까?“ 하며 달려가자.

 

 

의학박사 이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