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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여 주세요

잘 되고 있어 2021. 6. 11. 12:54

먼저 보여 주세요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써버린
할아버지의 노후는
너무나도 초라했습니다.

몇 푼 안 되는
노령연금을 쪼개 쓰는
할아버지는

친구들 만나기도
눈치가 보여 주 외출도
못 합니다.

오래전
이민 갔던 친구가
잠시 귀국하던 날,

할아버지는
그 친구와 잠시나마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범아.
혹시 10만 원 빌려
쓸 수 있겠니?"

아들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아버지,
손자가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요.

애들에게 쓸 돈도
항상 모자란 것 알고
계시잖아요."



아들은 마음에는
걸렸지만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하며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하고 출근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몰래 용돈을 드려 외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한 아들은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런데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가
밖에서 흙장난이라도
했는지

꼬질꼬질 한 모습으로
거실에서 돌아다녀
더욱 짜증이 났습니다.

"여보.
애가 이렇게 더러운데
왜 아직도 씻기지 않고
있었어?"

아내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들 애지중지 키워봤자,

어차피 나중에
자기 자식 돌보느라고
우리는 신경도 안 쓸 거예요.

그렇게 보고 듣고
배우며 자라니까요.



그러니 저도 이제는
애한테만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살려고요."

남편은 아침에
자신이 아버지에게 했던
행동이 기억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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