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하려면 3권장·3금지·3활동 333 실천해야
한국일보 권대익 입력 2019.01.15. 04:24 수정 2019.01.15. 09:37
치매 환자에게 ‘나는 당신 편’ 지지 중요
대한치매학회, 치매 단계별 대처법 제시
한국인의 뇌 건강이 적신호다. 유래없이 빠른 고령화로 한국인의 치매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2017년 72만명에서 2024년 100만명, 2034년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보건복지부).
하지만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데다 오해와 편견으로 제대로 치료ㆍ관리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2일은 ‘국제 뇌의 날’이었다. 대한치매학회와 치매에 대한 올바른 치료, 관리 방안을 알아봤다.
100가지 넘는 치매 원인...병 원인 먼저 찾아야
치매(dementia)는 ‘정신이 없는 상태’라는 라틴어 ‘de(out of) + ment(mind) + ia(state of)’에서 유래된 용어다. 병명이 아닌 병적 상태를 뜻한다. 뇌 신경세포가 손상돼 기억력을 포함한 2가지 이상의 인지기능(언어능력, 판단력, 수리력, 기억력, 시지각력, 시공간구성능력, 실행기능장애) 장애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때를 말한다.
뇌세포 노화로 인한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이 전체 치매의 50~70%를 차지한다. 이밖에 파킨슨병, 뇌졸중, 우울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뇌종양, 신경계 감염 등 100가지가 넘는 질환이 치매를 일으킨다. 약물에 의해 인지기능 이상도 치매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찬녕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인지기능 저하를 피할 수 없지만 인지기능이 떨어졌다고 모두 치매는 아니다”라며 “치매는 원인에 따른 병명을 정확히 알아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홍보이사는 “기억장애를 비롯한 인지기능장애가 있으면 전문의와 상담해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진짜 병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성인병 위험인자 조절ㆍ인지기능 강화 훈련을”
치매는 원인 질환과 함께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ㆍ관리법이 다르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성인병 위험인자만 조절해도 병을 늦출 수 있다. 또한 뇌의 다양한 인지기능을 자극할 수 있는 인지중재훈련 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대한치매학회의 일상예찬 프로그램 속 미술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복지부의 ‘치매예방수칙 3.3.3’, ‘진인사대천명’ 운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좋다.
‘치매예방수칙 3.3.3’운동은 △3권(권장) 운동ㆍ식사ㆍ독서 △3금(금지) 절주ㆍ금연ㆍ뇌손상 예방 △3행(행동) 건강검진ㆍ소통ㆍ치매 조기발견 등이다.
‘진인사대천명’ 운동은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 활동을 많이 하고 △[대]화와 대인관계를 많이 하고 △[천]박하게 술은 먹지 말고 적당히 △[명]에 긴 음식인 항산화 물질이 많이 포함된 음식과 오메가-3가 많이 든 음식을 먹자는 것이다.
치매는 ①경도인지장애 ②초기 치매 ③중등도 치매 ④중증 치매 등 단계에 따라 관리법이 조금씩 다르다. 경도인지장애는 가벼운 건망증이 지속되는 단계로, 사회생활에 경미한 장애가 초래된다. 이때는 항산화물질, 오메가-3 등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 저녁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내일 약속과 모임을 점검한다. 새로운 공부나 취미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대화를 할 때는 정확한 단어를 쓰도록 한다.
초기 치매는 기억력 저하가 심해지는 단계로, 사회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그래도 스스로 좋아하는 음식, 옷, 음악 등을 선택하게 한다.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사진을 이용해 기억을 자극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매일 스스로 약을 챙겨 먹게 하고, 간단한 요리, 집안일, 통화 등 익숙한 일을 하게 한다. 행복했던 순간을 자주 이야기한다.
중등도 치매는 과거 반복적으로 학습한 것만 기억하고 새로운 것은 금방 잊는다. 옷 입기, 청결 유지에 도움이 필요하다. 이 때는 몸의 통증, 불편함을 말할 수 있게 신체 명칭을 숙지하게 한다. 자주 다니는 곳은 혼자 다니게 하되, 주변에 미리 도움을 청해 둔다. 익숙한 활동을 이용해 단어 찾기, 기억, 언어 훈련을 한다. 또한 필요한 것이나 바라는 것을 몸동작, 손동작을 통해 표현하도록 한다.
중증 치매는 사람만 알아 보고, 단편적인 사실만 기억한다. 자주 대소변을 지린다. 이때도 신체 명칭 숙지 훈련을 지속하고, 필요한 것을 몸동작, 손동작으로 표현하게 한다. 단어 찾기, 기억, 언어 훈련을 지속하며, 잘 하지 못하더라도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
비정상인 행동, ‘이해’와 ‘지지’로 대처해야
치매 단계와 상관없이 중요한 것도 있다. 바로 환자가 보호자에게 이해와 지지를 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머리 중심에 위치하며 감정 조절을 맡는 변연계는 가장 원시적이며 가장 오래 보존된다.
인간은 인지기능이 발달하기 전부터 본능적으로 감정을 느낀다. 치매일 때 인지기능 변화는 늦게 배운 것, 늦게 체득한 것부터 사라지고, 오래된 기억과 감정을 끝까지 보존된다. 그래서 치매 환자는 나를 지지해 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공격적이거나 의심한다.
김승현 대한치매학회 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치매 환자와 감정적인 교류를 하지 않고는 치매 환자를 적절히 관리할 수 없다”며 “치매 환자가 나타내는 다양한 비정상적인 행동장애에 대처하는 방법은 ‘나는 당신의 편입니다. 나는 당신을 이해하고 지지합니다’라는 감정적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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