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치료의 새로운 장, 심장 재동기화 치료와 전극선 제거술에서 국내 최선두를 달리다!
/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승정 교수
진료 분야를 묻는 질문에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승정 교수는 '전문화'라는 단어를 한층 더 강조했습니다.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고르지 않은 심장리듬 질환인데, 약물치료와 더불어 시술이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전극도자(카테터) 절제술이 대표적입니다. 박 교수는 이식형 심장기기 시술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부정맥' 치료하는 이식형 심장기기 부정맥을 치료하는 이식형 심장기기는 심장박동기, 제세동기, 심장 재동기화 치료기가 대표적입니다. 심장박동기(심박조율기)는 서맥성 부정맥 환자의 심장을 정상적으로 뛰게 해줍니다. 서맥성 부정맥은 심장에서 전기 자극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전달되지 않는 탓에 심장박동이 지나치게 느려지는 질환입니다. 기운이 없고 어지러우며 실신하기도 합니다. 영구형 심장박동기 삽입이 최선의 치료입니다. 삽입형 제세동기(ICD)는 빈맥성 부정맥(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을 감지하고 즉각 멈추게 해서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를 예방합니다. 심장박동이 지나치게 빨라지면 오히려 펌프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데요. 제세동기는 전기 충격으로 심실세동(잔떨림)을 없애 심장박동을 정상으로 되돌립니다. 심장 재동기화 치료(CRT)는 비동시적으로 수축하는 심장을 다시 동시에 수축하도록 해주는 치료입니다. 쉽게 말해 엇박자(비대칭적으)로 뛰는 심장(특히, 심실) 수축을 다시 정상적(대칭적)으로 맞춰주는 것입니다. 종종 심실로 가는 전기 신호가 느려지면서 심실 전체가 동시에 수축하지 못하고 비대칭적으로 수축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수축이 지속되면 심장의 수축 기능은 점차 저하되며 탄력을 잃고 부어서 늘어납니다.
심장 재동기화 치료로 심실이 동시에 수축하면 심장기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약을 오랜 기간 사용해도 효과가 없던 만서 만성 심부전 환자가 심장기능이 거의 정상화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합니다. 심장 재동기화 치료로 심부전 환자의 극적인 호전도! 이 대목에서 박승정 교수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습니다. 시술한 의사가 보기에도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극적인 호전이라고 했습니다.
단,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는다고 모든 환자가 호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려면 일단 적응증에 해당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20% 정도는 치료 반응이 적거나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가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100% 모두 호전되지는 않지만, 만성 심부전 환자 중에서 70~80%는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닙니다.
고난도 시술인 심장 재동기화 치료,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공률 보여 심장박동기나 제세동기는 심장에 전극선을 하나나 둘을 넣습니다. 그것도 심방과 심실 같은 커다란 방실 안에 선을 넣는 것입니다. 반면, 심장 재동기화 치료는 전극선이 세 개이고 그중 하나는 좌심실 외측 벽에 위치합니다.
따라서 고도로 숙련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시술입니다. 삼성서울병원 부정맥센터는 고난도 심장 재동기화 치료에서 압도적인 실적과 성적을 자랑합니다. 양적인 실적뿐 아니라 질적인 성적도 놀랍습니다. 첫 번째 시술 성공률이 전 세계 평균 90% 정도였는데 박승정 교수팀은 97% 남짓입니다. 나머지 3%도 실패나 포기가 아닙니다. 하이브리드 치료는 가슴을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만 내는 흉강경 시술로 전극선을 삽입합니다. 혈관을 통하지 않고 심장근육의 적절한 위치에 바로 접근하며, 전극선을 심장근육에 깊이 삽입할 수 있어 확실한 자극이 가능합니다. 협동 진료와 최소 침습적 방식으로 나머지 3%를 채워 성공률 100%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삽입 기술 확보·개발·전수로 정맥성형술도 직접 시행해 삼성서울병원 부정맥센터는 다양한 삽입 기술을 확보하고 개발해 왔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공률이 저절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박승정 교수의 말에 자신감과 자부심이 엿보였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거의 시도해보지 않았던 특수한 기술들을 이미 많이 확보·이용하고 있으며,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국내외 여러 병원 의료진에게 전수할 정도라고 합니다.
말을 이어가던 박승정 교수가 또 하나 자랑거리로 꼽은 것이 있습니다.
전극선 제거술, 고난도 기술과 경험이 중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심장기기 시술은 이식 위주였으나, 앞으로는 (전극선) 제거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박승정 교수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고개가 갸웃했습니다. 어차피 심장삽입 전기장치는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정기적으로 교체하는데 새삼 제거를 강조하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들러붙고 엉겨 붙은 부분을 벗겨내고 떼어내야만 전극선을 빼낼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밖에서 힘으로만 당긴다고 될 일이 아니며, 그러다 자칫 심장 안쪽이 찢어지거나 혈관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합니다. 고도의 기술과 풍부한 경험이 요구되고, 특수한 기기나 장비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런 식의 수동 기구는 힘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시술자도 힘겹지만 환자로서도 그만큼 방사선 피폭량이 늘어납니다. X선 형광 투시로 보면서 시술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삼성서울병원은 더 효율적인 특수 장비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안쪽 빨대가 회전 톱날로 박리하면서 전진하면, 바깥쪽 빨대가 뒤이어 따라오면서 전극선 둘레를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회전 톱날이 달린 특수 장비 덕분에 시술 시간이 대폭 줄었고 성공률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감염 발생하면, 전극선 반드시 제거해야
폐렴 등을 앓으면 균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전극선에 안착해 자랄 수 있습니다. 다른 인체조직에 안착했다면 면역세포가 잡아먹을 텐데 이 경우는 그러지 못합니다. 면역세포는 조직을 통해 이동하는데 전극선은 혈관도 조직도 없기 때문입니다. 면역세포가 혈액 속에서 전극선에 바로 들러붙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균이 일단 전극선에 안착하면 무주공산과 다름없습니다. 급격히 자라나 퍼질 수 있고, 그냥 두면 패혈증으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감염이 생기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피부밑에 삽입했던 심장기기가 시간이 흐르면서 밖으로 밀려 노출되고, 그 상처를 통해 균이 혈관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얕게 삽입한 탓이든, 지속적인 운동과 마찰 때문이든, 기기를 집어넣은 포켓이 쓸리고 마모되고 벗겨지면서 종국엔 심장기기가 피부 밖으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진물과 고름, 괴사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심장기기 부위의 감염인 '포켓 감염'도 결국 패혈증으로까지 진전될 수 있습니다. 치료하려면 기기뿐 아니라 전극선까지 모두 다 빼야 합니다. 전극선 손상으로 인한 기능 이상, MRI 촬영 위한 교체도 주요 이유 두 번째 원인은 전극선 손상으로 인한 기능 이상입니다.
전극선 자체도 장기간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가 쌓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내구성에 약간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셋째는 좀 드물지만 전극선 이상과 무관하게 교체할 때도 있습니다. 바로 MRI 촬영을 위해 최신형으로 교환하는 경우입니다. 당장은 이런 경우가 드물 수 있지만, 고령화 사회에서 어떤 질환으로든 또 몸 어디든 MRI를 찍어야 할 가능성은 높다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이유로 전극선을 제거하는 경우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전극선 제거술 증가 추세,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식형 심장기기 시술을 받는 환자가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심장삽입 전기장치가 본격 도입된 지 40년이 훌쩍 넘었고 장기 생존한 환자도 많이 누적되었습니다. 당연한 결과로 감염, 손상으로 인한 기능 이상 등의 문제가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10년 이내에 삽입한 환자들만 있던 시절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전극선 제거술이 고난도 시술이다 보니 의료진의 기술과 경험, 특수 장비 등을 제대로 갖춘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최신 특수장비까지 도입했으니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릅니다. 앞으로 이룰 성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비침습적 검사와 관련한 미래지향적 연구도 진행해
박승정 교수는 이식형 심장기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전향적 연구(계획연구)를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심장기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전향 연구가 없었다고 합니다. 과제 응모로 연구비 지원을 받아 3개 회사와 각각 공동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심전도신호연구회 및 소프트웨어공학자 등과 협업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침습적 검사를 활용한 진료, '원격 모니터링'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부정맥 치료, 심장기기와 약물의 두 바퀴로
박승정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환자들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로 약물치료의 중요성과 병행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가 심장 삽입 전기장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로 말한 듯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오해하는 환자가 많은데 잘못된 생각을 더욱 부추길까 염려한 것입니다. 박승정 교수가 인터뷰 말미에 주의점을 재차 챙긴 까닭은 아무래도 생사가 오갈 수 있는 '심장'을 다루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정맥을 전문분야로 택했을 때나 진료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나, 거기엔 모두 환자가 극적으로 호전되는 장면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환자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함께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박승정 교수, 앞으로의 더 눈부신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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