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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엄마

잘 되고 있어 2009. 9. 30. 12:25



♣ 아내와 엄마 ♣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에서 교육받고 자라서
우리나라 여성과 결혼하여 자식 낳고 서울에서 잘 살고 있는
중년의 어느 서양인이 TV에 출연하여
너무나 유창한 우리 말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한국 여성은 누구나 결혼을 두 번 하는 것 같다.
한 번은 물론 자기 남편하고 하고
또 한 번은 자기 자식하고 결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서양인은 한국여성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서
그렇게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아내들은 일반적으로 자식이 생기면
남편보다는 아무래도 자식에게 쏟는 사랑과 정성이 더 지극하고
극성인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친구 부부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저에게 이런 하소연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아내가 우족탕을 끓여 놓았기에 그걸 한그릇 먹자고
했더니 이건 둘째 아이가 온다고 해서 준비한 것이니
그애가 온 뒤에 먹을 거니까 손도 대지 말랬다"는 것입니다.

그 친구는 아내의 그런 응대에 퍽 섭섭했었다면서
아무리 둘째 애를 위해 끓여 놓은 것이지만 먼저 남편에게
한그릇 떠주면 안 되느냐고 제 앞에서 그의 아내에게
새삼 투정까지 부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아내는 우리 앞에서 입장이 몹시 난처해졌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폭로하는 남편이 정말 많이 미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과 자식의 역학관계와 애정관계와 같은 복잡한
상황을 우족탕과 관련지어 남편이 납득이 갈 수 있게
언어로 설명하기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친구의 편을 좀 들어주고 싶었지만
저의 응원이 자칫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친구가 귀가한 후 아내로부터 더욱 혹독한 문책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어 그냥 애매한 말로 적절히
분칠해서 어영부영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저희 큰 애는 가끔 저에게 티샤쓰나 점퍼 등과 같은 옷을
선물로 들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럴때마다 아내가 그 선물을 미리 세밀히
심사하고 검수한 후에 이것은 아버지보다
네 동생에게 더 어울릴 것 같다며 엄마의 막강한 권력을
동원해서 저에게 그 선물 접수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경우 저는 공포의 엄마 권력에 승복하여 '허허'웃으며
아내의 결정에 순순히 따르는 편입니다.
그리고 선물을 들고 온 큰 애와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이없는 웃음을 교환하곤 합니다.

요즘 세상에 이런 말이 떠돌아 다닌다고 하는데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식이 결혼한 후에 그 며느리의 남편이
아직도 자기 자식인 줄 알고 있는 엄마는 바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대개 자식이 생기면
남편보다는 자식에게 더 지극한 사랑과 정성을 다 쏟아
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서양문물이 강산을 완전히 뒤덮었고
서양 영화와 소설도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젊은 세대의 부부중심 문화는 이제 본바닥 서양 이상입니다.
요즘 세상에 자식은 결혼하면 제 아내 하나를 돌보기도 벅찹니다.
물론 고마운 엄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자상하게 챙기며
효도를 지속하면 더없이 좋겠지만요.

아내이고 엄마이신 여성분들께서는
자식이 성장하면 그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바쳐오신
엄마의 사랑과 정성의 온도를 점점 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소홀했던 아내의 사랑과 정성의 아궁이에 다시
불을 붙이시는게 필요하고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내의 손발이 되어주고 잔소리 들어주고
가려운 등 긁어주고 무거운 짐 나르주고
함께 웃고 울어 줄 사람, 길동무 해주고 말 벗 되어줄 사람은
자식이 아니고 바로 남편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고 착각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고기국 끓이거든 건데기 많이 넣어 남편부터 퍼주고

생선을 굽거든 제일 좋은 토막은 이제 자신의 접시에 놓고
그 다음 토막은 남편에게 주고, 나머지 토막을 자식에게
배분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아직도 계속해서 남편 방은 냉방으로 식혀 둔채
아이들의 방에만 계속 불을 때고 있다면 반드시 후회할 것입니다.
부디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눈물 흘리고 서러워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엄마의 온도는 낮추고 아내의 온도를 높이시면
그런 후회는 아마 하지 않으실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자줄쇠 같은 것이라서

열쇠를 맞추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금 당신의 남편에게 혹은 아내게에

열쇠를 맞추십시요

자식은 내리 사랑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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