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거짓말이 사람잡는다

   [김동길] 거짓말이 사람 잡는다
똑똑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잘 합니다 이실직고(以實直告)하면 골로 갈 것이 뻔한데 영리한 사람들은 거짓말로 둘러대서 위기를 모면할 뿐 아니라 그 거짓말로 출세의 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거짓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도 없고 시대도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에서나 거짓말로 살아남고 거짓말로 몸을 일으킨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말입니다
오늘 우리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한 마디 물어봅시다 “당신은 거짓말을 한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말만 아니라 동작이나 태도나 표정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먼저 나를 두고 몇 마디 해 보겠습니다
“석양에 홀로 서서” 내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면 정직하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많은 젊은 사람들을 앞에 놓고 강의나 강연을 할 때에는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좀 더 정직하게 살았어야 하는데!”
청중이나 TV 시청자들 앞에 나를 소개하면서 “이 시대의 석학이시고” 또는 “이 시대의 양심이시고”라고 하면 나는 너무 부끄러워서 그렇게 소개하는 사람을 제지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믿고 그런 말을 한다면 나는 ‘희대의 사기꾼’입니다 나의 말과 행동에는 진실한 구석이 전혀 없었던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럴듯하게 나를 보이게 하려고 또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이렇게 고백하는 이 시간만은 내가 진실하다고 믿어주세요 나를 존경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큰절을 해야 합니다 내 죄가 내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이, “오호라 나는 곤고한(괴로운)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라고 통탄한 그 심정을 나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엊그제 ‘스승의 날’에도 제자들이 여럿 찾아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저 웃고 웃기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괴로웠습니다 아마도 내가 ‘왔던 데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동길 :  www.kimdonggill.com

팔공산(八公山) 송림사(松林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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