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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3초
언젠가 EBS 채널의 한 프로그램에서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유치원을 비교하는 실험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치원 놀이터에 예쁜 자전거를 한 대씩 갖다놓고
아이들이 그걸 어떻게 하나 지켜보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핀란드 유치원에서는 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노는 동안
나머지 아이들 열아홉 명이 잠자코 기다렸습니다.
먼저 자전거를 탄 아이가 놀 만큼 놀고
자전거를 제자리에 갖다놓으면 다음 아이가 타는 식입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땠을까요?
몰래카메라를 통해 봤더니 스무 명 전부가
자전거에 매달려서 서로 먼저 타려고 싸움을 합니다.
그러다 결국 1시간 내내 한 아이도 제대로 자전거를 타지 못했습니다.
뇌물로 1억이 넘는 돈을 받아놓고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돈을 준 사람이 양심고백을 했는데도,
그런 사람은 알지도 못한다고 발뺌을 합니다.
수백 번이나 통화를 했다고 해도 그런 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밉니다.
저는 그런 양심 불량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평생 동안 갑질 특권을 누려왔고,
그래서 뇌물도 습관이 되어 별생각 없이 받은 것일 텐데
그런 사소한 일들이 기억에 남을 리가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은 어쩌면 유치원의 자전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양보와 나눔의 미덕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양보를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한 발 늦게 엘리베이터에 탄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어깨부터 들이미는 아이가 나중에
고속도로 차선을 넘나들며 과속운전을 하는 어른이 됩니다.
조급증이 낳은 병폐입니다.
어느 날,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강의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라켓을 등에 멘 젊은이들 서너 명이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 한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하고 서 있었습니다.
건널목 양쪽 차선에서는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제가 자동차를 세웠습니다.
- 차선이 하나라 자연히 제 뒤를 따라오던 차들도 서야 했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먼저 건너라고 했더니
젊은이들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가도 돼요?’ 이런 표정입니다.
그래서 제가 ‘응, 정말 가도 돼!’ 이랬더니
덩치가 산만 한 아이들이 길을 건너다 말고
제 쪽으로 몸을 돌려 90도로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젊은이들도 기분 좋게 건너고, 저도 기분이 좋아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단 3초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짧은 3초를 양보하지 못합니다.
이 3초의 여유를 못 나누어 서로를 무시한 채 쌩쌩 지나쳐버립니다.
우리는 남을 배려하는 여유가 너무 없습니다.
마음의 넉넉함이 없기 때문에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생기는 온갖 부작용들이 사건이 되고 뉴스가 되어
오늘도 저녁 뉴스 시간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제 바꿀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모두 단 3초만 참읍시다.
3초의 여유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꿉니다.-황창연 신부-
- 우주의 기운은 서로 통한다고 합니다
내가 먼저 양보하며
내가 먼저 배려 하다보면
이 좋은 기운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좋은 기운으로 가득차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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