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바지 걷고 등산했더니.."애인 만나러 왔어요?"
등산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건강 관리가 아닌 불순한 의도로 산을 찾는 등산객들도 늘었다.
2015년 산림청이 발표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등산하는 인구는 1300만명에 이른다.
한 등산 동호회 회원 A씨는 "관악산이 중년들의 홍대로 불린다"며 "산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스킨십을 하다보면 애인 사이로 발전하기 쉽다"고 말했다.
등산객들은 불순한 의도로 산을 찾는 여성들을 '산토끼', 그 여성들 그 여성들을 만나러 온 남성들을 '산토끼 사냥꾼'이라 부른다.
#7년간 '부부산악회' 임원 활동을 해온 이 모씨(55)는 매년 2~3쌍의 불륜 커플이 모임에서 탈퇴하는 걸 지켜봤다. 이 씨는 "배우자라고 산악회에 데려온 사람과 실제 배우자가 다른 경우도 있고,여느 부부와 달리 불륜 커플은 각자 배낭을 메고 스킨십을 지나치게 한다"며 "모임 취지와 맞지 않아 그런 불륜 커플들은 강제 탈퇴시킨다"고 말했다.
등산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건강 관리가 아닌 불순한 의도로 산을 찾는 등산객들도 늘었다. 2015년 산림청이 발표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등산하는 인구는 1300만명에 이른다. 대부분의 산악회가 건전하게 운영되지만 일부 '애인'을 사귀기 위한 속셈으로 동호회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산 찾은 불륜 커플…"여보, 산이라 전화를 못받았어"
17일 등산 동호회 인터넷 카페를 살펴본 결과 '4050세대를 위한 등산회'나 '유부(유부남·유부녀) 만나는 산악회' 등을 내건 모임들이 공공연하게 운영되고 있다. 회원끼리 애인을 만나는 방법을 전수하거나 불륜 팁을 전하는 게시글도 있다. 한 등산 동호회 회원 A씨는 "관악산이 중년들의 홍대로 불린다"며 "산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스킨십을 하다보면 애인 사이로 발전하기 쉽다"고 말했다.
회원 B씨는 "산악회에 간다고 하면 운동으로 생각해 배우자가 의심하지 않고, 연락이 안돼도 '산에 있어서'라고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 뒤 땀이 많이 나 사우나에서 씻고 왔다고 거짓말하면 그만"이라고도 덧붙였다.
불륜 커플이 보안을 위해 부부산악회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이씨는 "부부인증서가 따로 있는게 아니니 불륜 커플이 부부라고 산악회에 가입하면 처음엔 알 길이 없다"며 "부부산악회에 가입하면 각자의 배우자와 혹시나 마주칠 염려도 없고, 애인에게 추파를 던지는 다른 이성이 없다고 생각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한쪽 바지 걷으면 "짝 찾아요"…'파워워킹'하면 "건드리지마"
짝을 찾으러 온 등산객들은 은어와 암호를 공유한다. 등산객들은 불순한 의도로 산을 찾는 여성들을 '산토끼', 그 여성들을 만나러 온 남성들을 '산토끼 사냥꾼'이라 부른다.
애인을 찾으러 온 사람들만의 암호도 있다. 산악회 활동을 하는 C씨는 "남자들의 경우 한쪽 바지를 걷고 있으면 '아직 짝을 못 만났다'는 의미다"라며 "여성들은 등산과 어울리지 않는 진한 화장과 옷차림을 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산악회원 D씨는 "남자들과 여자들 모두 2~3명씩 몰려다니며 상대방을 탐색한다"며 "선글라스 끼고 이어폰으로 귀를 막은 채 힘차게 일명 '파워 워킹'을 하는 여성의 경우 '오늘은 건들지 말라'는 뜻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악회 활동을 했다는 권모씨(48)는 "회원들이 서로에게 '대장님' '회장님' '여사님'이라고 불렀다"며 "여성회원이 화려하게 싼 도시락을 떠먹여주고 도시락을 받아먹은 남성회원과 함께 손을 잡고 사라지는 것을 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씨는 "나에게 등산 후 술을 마시자고 접근하는 이들도 있어 결국 3개월만에 산악회 활동을 그만뒀다"고 고백했다.
등산 중 만난 이성과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엄경천 법무법인 가족 변호사는 "등산하다가 만나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후 강간죄로 남성을 고소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등산길에서 생겨나는 '중년 불륜'에 대해 전문가들은 삶의 안정기에 찾아오는 '오춘기'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중년은 과거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세대"라며 "불륜을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나'를 찾기 위해 취미활동을 하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잊고 있던 '연애감정'이 꽃피게 되는 '오춘기'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깥에서 위안을 얻는 것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걸 인식해야한다"며 "배우자와 함께 취미를 즐기며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