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치매 전문가 "기억은 흐려지지만.. 환자도 즐거움 느낄 수 있는 인간"
조선일보 조유미 기자 입력 2018.11.23. 03:48
"친절하고 항상 웃던 한 치매 환자가 기억나네요. 자신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간병인과 참 사이가 좋았는데, 간병인이 바뀌자 쉽게 화를 내고 주먹질을 하며 공격적 성향을 보이더군요. 결국 기존 간병인이 돌아오자 안정이 됐어요."
영국 브래퍼드대 응용치매연구센터의 게일 마운틴(63·사진) 교수가 말했다. 그는 25년간 치매를 연구한 치매 전문가다. 대학에서 작업치료와 사회심리학을 전공하고 1988년까지 13년간 환자의 재활을 돕는 작업치료사로 일하며 자연스럽게 치매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브래포드대 응용치매연구센터 연구원으로 들어가 현재 학과장을 지내며 고령화와 치매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8일 일산 코엑스에서 열린 노년층 돌봄 기술에 관한 '국제제론테크놀러지엑스포&포럼' 발표를 위해 방한한 그는 "어떻게 간병하느냐에 따라 치매 환자의 성향까지 달라진다"며 "환자를 온전히 인간으로 대하고 의사를 존중해야 그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간병인이나 요양 시설 편의를 고려하는 게 아니라 환자 입장을 생각하는 '인간 중심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래퍼드대 응용치매연구센터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이 연구로 2015년 영국 여왕이 주는 '여왕 기념일 상'을 받았다.
치매 환자의 생활습관을 배려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치매 요양 시설의 문제로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각 일어나 밥을 먹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침을 거르거나 평소 늦잠 자던 환자를 고려하는 개별화된 돌봄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단계에서도 그들은 부분적인 인지 능력이 있어요. 요양보호사와 가족은 이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그는 "치매 환자에게 도움을 청하면 매우 행복해한다"며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치매는 극복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증후군입니다. 그들이 여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임을 기억하고 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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