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특급열차(特急列車)
시인(詩人) 김 달진은
“인생(人生) 예순 줄은 해(年)로 늙고,
인생 일흔 줄은 달(月)로 늙고,
인생 여든 줄은 날(日)로 늙는다."고 했다.
아침마다 듣는 인사(人事)에
“밤새 안녕하십니까?” 가 많아 졌다.
건강(健康)을 물어 주는 고마운 안부(安否)이긴 하지만,
“언제 떠나십니까?” “떠날 준비(準備)는 되었습니까?”
라고 하는 말 처럼 엄려 (念慮)를 가장(假裝)한
어투(語套)로 들리는 때도 더러 있다.
멍하니 앉아 있지 말고, 아직은 주눅 들지 말고,
아는 체, 잘난 체, 참견(參見)치 말고,
넋두리 우는 소리, 슬픈 표정(表情) 말고,
당당(堂堂)하고 즐겁게 살려고 결심(決心)하고 있는데,
그 동안 팔 백리 인생길이
완행(緩行)처럼 지루하다 했는데,
여든이 되고 보니
놀랍게도 특급열차(特急列車) 였음을..
이 속력(速力)이라면 종착역(終着驛)이 금방인 것 같으니
지금(只今)부터는 완행열차(緩行列車)를 갈아 타고
그저 편(便)히 앉아
풍경(風景)도 세상(世上)도 즐기면서
함께 가는 친구(親舊)들과 깔깔 거리면서
옆에 앉은 할멈 손도 한 번 잡아 주면서
그렇게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갔으면 좋겠는 데..
이제는 문명(文明)이 좋아져
완행열차는 세상에 없다 하니
흘러가는구름도 무심(無心)하고
흘러가는 모든 것이 다 순간(瞬間)임을 알겠다.
- 여농 권우용 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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