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자료실

편백(偏柏)나무

잘 되고 있어 2022. 8. 12. 12:10

편백(扁柏)나무

Hinoki Cypress , 扁柏 , ヒノキ檜
분류학명
측백나무과
Chamaecyparis obtusa

우리의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해당하는, 일본의 고대 역사를 기록한 《일본서기》에는 “스사노오노 미코토(素戔鳴尊)란 신(神)이 자기 몸의 털을 뽑아 여러 나무를 만들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슴의 털을 뽑아 날려 보낸 것이 편백이 되었다고 하며, 이를 궁궐을 짓는 데 쓰라고 했다 한다.

임금의 집을 짓는 데 쓰라고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좋은 나무인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궁궐을 비롯한 일본의 전통 건축물은 대부분 편백으로 지어졌다. 그들이 섬기는 신사의 대표적 건물인 이세신궁(伊勢神宮)이나 나무 불상의 상당 부분 역시 편백이다. 편백은 삼나무와 함께 일본의 나무 문화를 대표한다. 이외에도 일본에는 금송, 너도밤나무 등 재질이 좋은 나무가 우리보다 훨씬 많다. 비가 많이 와서 습도가 높고 기온이 따뜻한 곳이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하면서도 우리 눈에는 부러움으로 남는다.

편백(扁柏)은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다. 이름에는 잎이 납작한 나무라는 뜻이 들어 있고, 실제 모양도 무엇엔가 눌려진 듯 편평하다. 키 30~40미터, 둘레가 두세 아름이 넘을 정도로 자라는 큰 나무로 잎 모양은 사뭇 달라도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와 같은 바늘잎나무로 분류한다.

20세기 초 일제의 손길이 한반도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조금씩 가져다 심었다. 추위를 싫어하여 주로 남해안을 선택했다. 원래 땅 가림이 심하지 않아 너무 메마른 땅만 아니면 웬만한 곳에서는 잘 자란다. 광복이 되고 산림자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좋은 나무로 알려진 편백을 차츰 널리 심게 되었다. 남해의 편백 자연휴양림, 독림가 임종국 씨가 심은 전남 장성의 편백 숲은 아름다운 숲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편백은 수천 수만 그루가 떼를 이루어 모여 자라기를 좋아한다. 자기네들끼리 높이 경쟁을 하여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다. 오늘날 우리가 좋아하는 미인의 기준은 슈퍼모델처럼 작은 얼굴과 긴 다리를 가진 늘씬한 몸매다. 우리가 만나는 편백은 대부분 미목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편백은 이렇게 미목이 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모든 나무는 자라는 과정에 상처를 입어 병원균이 침입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하여 ‘피톤치드’라는 물질을 내뿜는다. 그러나 편백처럼 떼거리로 자기네들끼리만 모여 살다 보면 병충해에 더욱 약해지기 마련이므로 더 많은 자기방어 물질이 필요하다. 때문에 소나무나 향나무와 같은 다른 바늘잎나무보다 세 배나 많은 피톤치드를 발산한다. 실제로 편백 숲속에서 심호흡을 해보면 다른 나무의 숲보다 향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편백 숲은 산림욕장으로 인기가 높다.

편백의 나무질은 약간 단단한 편이며, 봄 세포와 여름 세포의 모양변화가 적어서 매끈하고 균일한 맛이 난다. 또한 독특한 향기가 있으며 잘 썩지 않는다. 어디에 쓰든 나무가 갖추어야 할 장점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살아서는 피톤치드로, 죽어서는 나무 몸체를 통째로 사람에게 보시하는 고마운 나무다.

넓은 의미에서 편백이라 부를 수 있는 나무는 북아메리카와 대만에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편백의 원조는 일본 편백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 들여와 심은 나무 중에는 편백의 사촌뻘이 되는 화백도 있다. 추위에 버티는 힘이 편백보다는 훨씬 강하여 꽤 북쪽으로도 올라온다. 그래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도 잘 자라는 화백을 흔히 볼 수 있다.

편백, 화백, 측백나무는 이름만큼이나 모양새도 서로 닮았다. 편백은 잎 뒷면의 숨구멍이 모여 명확한 Y자 모양으로 하얗게 나타나며, 화백은 뭉개진 W자로 보인다. 측백나무는 잎 뒷면의 숨구멍이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 세 나무를 구별할 수 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박상진

평생 나무를 연구한 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나무 관 등 나무로 만든 문화..펼쳐보기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2 | 박상진 | 김영사

나무의 생태학적인 접근을 넘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 속에서 나무 문화재 대한 향기로운 이야기와 비밀을 알아본

'기타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스 레인지 점화  (0) 2022.08.30
尹정부는 '문재명'함정에 빠졌다  (0) 2022.08.18
AI  (0) 2022.07.15
ff  (0) 2022.07.15
일제강점기 서울을 촬영한 최고의 영상  (0) 2022.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