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머물다 떠나가는 덕유산정(장관입니다-안보면 후회)─ 글,사진-까치놀 님
산행장소 :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산행일자 : 2009년 10월 18일 (09시48분-16시22분)
산행코스 : 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싸리봉재-횡경재-지봉-대봉-월음령-갈미봉-임도(14.5km)
덕유 산정으로 향하는 길....아침 안개가 산허리를 휘감아 산정에 머물고 겨울이면 하얀눈의 축제가 펼쳐지는 곳. 무주리조트에서 곤돌
라를 타고 설천봉에 올라섭니다
연무에 쌓인 상제루는 화려했던 가을은 저만치 사라지고 겨울의 문턱에 다 달은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옷매무새를 고쳐입고 산아래
와는 사뭇 다른 풍경인 초겨울로 다가옵니다
보일듯 말듯 애간장만 태우는 덕유의 산정에서 바라보는 상제루는 한폭의 풍경이 될텐데 아쉬움이 앞서고... 덕유평전의 너른 가슴은
어디가고 차가운 겨울옷으로 갈아입은채 가을이 저만치 떠난 자리인듯 보여집니다
덕유 산정에서의 상제루 모습을 보려고 향적봉에서 기웃거리면서 지체도 해보았지만 산정을 가득메운 안개는 걷힐려면 좀더 오랜시간
이 흘러야 할것같아서 기다리지 못한채 아쉬음의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난겨울 그렸던 상제루 모습을 그려보며 아쉬움을 접습니다
덕유산은 사람들의 마음에 빛깔을 입히는 하늘을 모우고, 흩어져 떠가는 구름위에 눕는 바람처럼 안개빛 여린 가슴을 파고드는 계절속
에 시린얼굴을 쓸며 지나는 갈 잎의 노래소리로 하루해를 엮기에 바쁜 나날인것을... 더한 추위와 목마름이 오기전에 사람들 속으로 빠
져들어갑니다
중봉으로 향하는 길은 천상의 길과도 같습니다. 천년 세월을 버티며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오랜세월 동안 오가는 이 바라보며 그렇
게 말없이 서있는 주목들이 한편의 수묵화를 그려놓습니다... 현재의 모습이고 다가올 미래의 모습도 그려봅니다
곱게물든 단풍잎에 내린 한방울의 이슬로 타는 목을 축이며 가을은 이대로 떠나 가나봅니다...볼것도 가질것도 없는 이 지점에서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집니다
생명이 다한지 오래지만 고고히 들려오는 천상의 소리를 듣고. 계절이 자나가는 길목에선 우직한 나무는.. 날마다 시를쓰고 그림을 그려
놓습니다. 붉게물든 산들이 빛고운 옷을 입고 우아한 춤을 출때도, 바람불어 낙엽되어 뒹구는 날에도, 오늘처럼 안개에 쌓여 흐린날의
중우함으로 살면서 살아가는 동안 산정의 고사목처럼 오가는 길손 반길줄아는, 겸손과 미덕을 가지고 사람과 자연에 문을 닫지않는 열
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산정 가득 유산객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만추의 가을 풍경을 보기위한 그들의 가슴에도 이 토록 아름다운 가을날이 더 머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할텐데.. 산자락을 감고 내려서는 붉은 빛이 잔잔한 물결되어 아래로 아래로 흘러만 갑니다 산정은 고운옷을 벗어
버린 채 또 다른 계절로 뛰어갑니다 ..만추의 가을을 느낄 여가도 없이.. 내 사랑이 익어가도록 머물다 가라해도 자연 앞에서는 그러지
못하나 봅니다
단풍지던 산정에서 님의 포근한 가슴에 안긴채 꿈을 꾸듯 가을향기에 입마추던 그때를 생각합니다... 시월 어느하루 바람은 햇살을 머
금고 나뭇잎은 바람에 안겨 무작정 산정을 휘감아 도는날 ....한계절을 음미했던 순간은 가고 새로운 계절을 맞을 채비에 키작은 나무숲
에 하얀눈이 내리는 날을 기다리는지도 모릅니다
중봉의 산비알은 넉넉하고도 실한 젖무덤으로 솟아오른 어미의 가슴을 닮아있고.. 기름진 초원을 이룬 육산의 능선이 지금은 화려한 가
을 옷으로 갈아 입었지만 여름날에는 아이맥스 영화관 처럼 화면으로 펼쳐지는데 마리아(쥴리앤드류스)와 폰트랩 대령의 아이들이 도레
미송을 부르던 "사운드오브 뮤직"의 화면을 연상케 하지요
덕유산은 한반도 남부의 한복판을 남북으로 관통하면서 자연장벽을 이루어 역사적으로는 신라와 백제가 각축하던 국경선을 가름하였고
영호남을 넘나드는 가장험한 경계선을 이루었지요, 산정을 중심으로 경상도쪽은 삼수갑산이라는 거창군이, 호남쪽은 첩첩산골의 대명
사인 무주가 자리하고 있지요
계절은 변해가지만 바위틈의 이끼는 강한 생명의 힘을 불어 넣는듯 더 짙은 빛으로 햇살받아 청초하기만 합니다
암울했던 날들이 가고 새날이 오는듯 어두운 하늘빛이 밝아옵니다.. 산정에서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풍경들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중봉 넘머 향적봉이 아스라합니다
신풍령으로 향하는 자락은 붉은 춤사위가 펼쳐지고 붉이 붙은듯 화려한 잔치에 초대받은 이방인은 걸음을 늦춥니다.. 이가을이 가기전
에 화사한 꿈을 꾸듯 가을을 즐기고 싶습니다
가을산은 누구를 갈망하며 저리도 불게 타는가.. 내 가슴속 잠들지 못하는 그리움 하나 산등성이에 빨갛게 불을 밝혀봅니다. 스치는 가
을 바람 한점에도 살에이는 그리움이 묻어나고 번져오는 단풍잎의 내음속으로 자꾸만 빠졉듭니다
지능선에서 바라본 덕유는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타고 넘어 백암봉으로 이어지고 백암봉 남쪽자락 험한 바위봉을 추스리는가 싶더니 동
엽령 내리막길을 내달린다. 그 줄기 남으로 벋어 내려가면서 둥실하면서도 웅장한 자태로 꿈틀거리고 용트림 하면서 무룡산과 삿갓봉
에서 멈칫하다가 남덕유 연자색 실루엣으로 이어진다. 힘차고 당당하고 도도한 기상으로 물결치는 서슬에 절로 주먹이 쥐어진다. 가슴
까지 일망무제로 열리는 순간이다. 달려가고 싶은 길 눈으로 인사를 끝내고 아쉬움으로 남겨둡니다
억새꽃 하늘거림의 보이지 않은 운명의 사랑처럼 그대 언제 내곁에 서려나.. 허허로이 두손 흔들며 억새풀이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장쾌하게 펼쳐진 저 산야와 능선들 ..덕유의 능선에 서 본 자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호연(浩然)한 기상과 닫힌 가슴을 열어 제끼는
시원함을 ....장대한 자연의 질서가 얼마나 엄청난 크기로 가슴을 열어주는가..... 그래서 인간사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초라한가를....덕유평전에 드넓은 초원을 나르는 새가되어 바람이 되어...마음은 둥실 날아서 저 동렵령을 건너서 남덕유를 향하
여 갈매빛 산 능선을 휘달리고...터져 오르는 벅찬 감격을 느껴봅니다
산정에서 시작한 불꽃은 아래로 아래로 산자락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송계계곡도 불에 번질날이 머잖아 보입니다
산자락을 휘어감은 오색의 춤사위는 지칠줄 모른채 산등성을 넘어 굽이쳐 흘러가고. 자연의 그림은 저토록 고운빛으로 다가오는데 우리
의 그리움은 어디에 있을까
불게타는 가을이 재가 되어도.. 내 하얀 그리움은 영롱한 별이되어 반짝이다 지쳐 떨어진 가슴아린 핏빛 그리움은.. 산마다 골마다 선홍
빛 빛고운 단풍이 되겠지
그토록 보여주기 싫어하던 향적봉이 등뒤에 우뚝 서 있습니다. 지나온 길 멀리서나마 작별인사를 합니다.. 가을이여 안녕이라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 갈바람에 햇살 웃음결 가득담아 누군가에게, 고운 단풍에 내 마음 가득실어 향기로운 사람으로
다가가고 싶다....은은한 침묵으로 늘 편안한 마음으로 손내밀면, 언제나 다가갈 수 있는 행복한 마음의 동반자가 되고싶고..슬픔의 알갱
이를 지워줄수 있는 그런 누군가의 작은 가슴 한켠에, 작은 불빛으로 남아 순백의 꽃을 틔울수 있게 환한 영혼으로 남고싶다
가을낙엽 수북히 쌓이는 거리에 내 마음 붉은 꽃으로 너울너울 흩날리는 낙엽에.. 가을편지 수놓아 내 마음 가고 싶은 곳으로 날리고
싶다
억새빛 고운 산정의 그리움에 머물렀던 추억은 가슴에 담아둔채로 숲길로 들어섭니다
계곡은 화려하고 짧은 날의 가을 행열을 보는듯 형형색색 고운옷의 물감으로 칠한 모습에 하루의 여정에 피로도 잊을 수있습니다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들인지 모릅니다.. 붉은 너의 모습으로 보려고 길을 나서 널 볼 수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떠나가는 이 가을을
정녕 놓아주기 싫은 까닭이겠지요
가을 산길을 거르면서 낙일을 등에지고 거닐면, 외로움에 아름다운 동행있어 큰 기쁨이요, 바람으로 행궤낼수 없는 햇살로 말려낼 수
없는 그리움이 동행이다.. 혼자 걷는 길 보다는 두 손잡고 걸어가는 길은 외롭지 않기에 함께할 이를 찾고자 함이라...누구와 함께 할것
인가. 가을 산길을 걸어보면 그리움이 떠오른다..홀로 거닒던... 누구와 함께이기를 원하는지... 누구를 그리워하는지 알기를 원함이라
오늘 즐겼던 가을산의 풍요로움이 가을의 끝이 아니고 마지막이 아니길 기원해봅니다
삶은 아담한곳에 집하나 지워놓고 날마다 산정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그려담는 꿈을 꾸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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