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향기(香氣)
Music : Bach * Air,on the G String (G선상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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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華麗) 하고 화사한 젊음을 잃었다고
너무 한탄(恨歎) 하지 마세요.
지금의 당신 향기(香氣)가 더 아름답고 더 그윽합니다.
묵향(墨香)처럼, 난향(蘭香)처럼
가슴 속까지 깊이 배어 드는 당신의 그 향기가 더 좋습니다.
꽃은 머지않아 시들어도
세월의 주름살 따라 흐르는
경륜(經綸)과 식견(識見)의 향기는
마르지 않고 항상 온화(溫和) 한 것,
온 방을 가득 채우고 남아
가슴을 흥건히 적셔오는 당신의 향기에 취해 봅니다.
그 향은 난향(蘭香)이 되기도
그러다가 국향(菊香) 인가하면
매향(梅香)처럼 향긋하기도 하는
당신은 사군자(四君子) 모두 입니다.
인격(人格)과 후덕(厚德)함이 쌓여서 빚어내는
그런 당신의 향기 입니다.
인생의 깊은 의미를 다 아우려 헤아리는 당신은
언제든지 사랑하고 또 얼마든지 사랑 받을
그런 멋을 갖춘 사람입니다.
매화 빛깔 붉은 립스틱 바르면
당신은 어느새 눈 속에서도 새 꽃을 피워 낼
그런 분입니다.
나이 사오십 되어 중년(中年)이라 하고
공자님은 불혹(不惑)이라,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던가
이제 우리는 자신의 인생과 기품(氣稟)에 따라
자기만의 향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꾸어 가야 할 때. 당신이 젊은 시절,
희생(犧牲)으로 베풀고 곱디고운 심성(心性)과
아량(雅量)으로 살아 온 발자취가 있었기에
나이 들어 당신을 이토록 아름다운 자태(姿態)로
빚어내고 있으려니. 님이시여
그대는 절대로 지난 날 삶을 아쉬워 마세요.
주름살이 깊어진 만큼 당신의 가슴 속도 깊어지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대신 당신의 사랑은 더 부드럽고
향기는 더욱 더 짙어 집니다.
당신의 그 대로 그 참 모습이
어느 화장품(化粧品), 어느 향수(香水)보다
더 곱고 더 향긋합니다.
느낌으로 전해 오는 당신의 향기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금 쪽 같은 하루 오늘도 보람 있게...
-모셔온 글-
도깨비 감투
사람이라면 누구나
쓰면 쓴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있다
모든 사람은 제 도깨비 감투를 쓰고서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 들 간다
인간들은 모두 사람 감투를 쓰고 있다
이 세상에 사람들만 사는 줄로 알게 된다는
사람 감투를 쓰고서 투명인간처럼 나아 간다
도깨비 감투를 쓰면 제가 안 보이니
사람들은 제 멋대로 살아 간다.
저만 아는 눈엔 다른 이들이 뵈지 않는다.
사람 감투를 모두가 쓰면 인간 전부가 안 보이니
인간들은 제 멋대로 살아 간다.
인간만 아는 눈엔 세상 만물이 뵈지 않는다.
시는 이 ‘투명인간’의 착각과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세상에 감투 같은 건 없다.
그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흉한 맨몸을 내놓고 활보 중일 뿐.
- 글 : 이갑수(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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